가슴속에 자연을 담는다

되 풀이 되는 일상에 찌는 사람이
휴가를 얻어 남태평양의 어느 섬에 여행을 갔다고 치자
에메랄드빛 바다와 하늘을 나는 새들
바다속의 이름모를 해초와, 자유롭게 헤엄치고 있는 다양한 물고기들
그 아름다운 바다 위를 윈드서핑을 하며 내달리고 있자면
“나는 남태평양의 바다를 가슴에 담았다.”라고 절로 말이 나오게 되어있다.

그래! 자연을 가슴에 담는 일은 이렇게 간단한 일이다.
이는, 자연을 가슴에 담는 일은 어느 고매한 인간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보리수 아래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가 아니더라도
어느 산속 깊은 곳의 사찰에서 수행하는 승려가 아니더라도

가슴에 자연을 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가끔 여행을 가는 일도 중요하다.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몰아세우기만 하는 것은
오히려 자신을 작게 만들기 때문이다.

20대에 크나큰 상심을 받고 고민을 했던 일이 있다.
배낭을 메고 무작정 열차를 타고 내달린 곳은 정동진이었다.

열차에 내려 높은 언덕으로 올라
내려다보이는 바다에는
고깃배가 그림처럼 떠 있었고
느리게 지나가는 시간처럼
고깃배도 느릿느릿 움직였다.

그 풍경에 젖어 넋을 잃고 있는 사이
불현듯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가슴 깊이 천천히 숨을 끝까지 들이마신다.
코끝에서 향긋한 바다향이 느껴지더니
폐 속 세포 하나하나에 바다향이 가득 들어차 버렸다.

“이렇게 공기가 시원할 수 있을까!”
“바다향이 이렇게 향기로울 수 있을까!”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몸 안에서는 바다향이 계속 맴돌고
이윽고 바다향에 완전히 젖어 들었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다시 숨을 들여 마시니
그 바다향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시공을 초월해서 다시 정동진의 바다가 느껴진다.

그 뒤로 호흡이 조금씩 깊어지고, 호흡량이 부쩍 늘게 되었다.
가슴이 그 경험의 분량 만큼 커졌던 것이다.

그 후로 정동진을 자주 찾아갔지만
예전의 그 바다향기도 그 느낌도 찾을 수 없었다.

오직 그때의 가슴 시리게 황홀하고 아름답던 경험은
필자의 의식 속에 영원히 있을 뿐이다.

그래! 그때의 그 바다향기는 영원히 필자의 경험으로서,
필자 자신의 영구불변한 자산으로 기록되는 것이다.

다양한 경험 속에 자신의 영혼을 풍족히 채워가는 것
그것이 삶의 목적이다.

또한, 자기자신의 영혼의 기록소는 영구하게 보존되고, 용량은 무한대이다.

이러한 삶의 경험이 궁극에 다른 사람이 바로 부처인 것이다.